남은 시험은 오늘 하나, 금요일 하나. 왠지 모르게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오늘.
역시나 늦잠을 잤다. 그래도 오늘은 수업도 없으니까 괜찮아- 혼자 중얼거리며 라디오 주파수를 맞춘다. 오랜만에 방치해 두었던, 그래서 싹이 자랄대로 자란 감자 몇개를 골라 다듬고 몇개는 밥솥에, 몇개는 후라이팬으로 -
요리라는것은 계획적이어야 한다. 적어도 나로서는 그렇다. 어떤 요리에 필요한 재료가 지금 있는지, 없다면 사러가야한다면 몇시에 일어나야 하며, 그렇다면 공부할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자먹기는 사실 어젯밤 누웠을때 생각했더랬다. 재료는 필요없다. 그저 감자만 있으면 되니까.
만들고 먹는데 총 2시간즈음 걸렸을까? 2시간? 그만큼 많이 먹었다는 뜻이다.
6시 시험 전, 그때까지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고 아끼는 동생 한나를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잠이 쏟아졌다. 잠을 얼마나 적게 잤길래 일어난지 세시간 후에 또 잠이 온단말인가.
참으로 부끄럽다. 7시간 잤다. -_-
난 계획적인것도 좋아하고 즉흥적인것도 좋아한다. 뭐, 보통사람들이 대다수가 그렇겠지만 말이다. 잠이 온다는 핑계로 그냥 냅다 자버렸다. 올해 마지막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한나도 다음주에 만나기로 했다.

사진을 찍히기 무척이나 싫어하는 그녀이다.
이번 학기때 처음 만난 한나. 그러나 아껴주고 싶은 동생 한나.
나랑 다른점이 너무나 많아서 내가 곰곰이 생각하는것이 많아진다는 점이 참 좋다. 같은 점이라면 음악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상상하는 것과 낭만적인것을 좋아한다는것. 그리고 무엇보다 프랑스를 좋아한다는 점. 그래서 우리는 통했나보다. 같이 밥을 먹거나 쇼핑을 하거나 어디 구경을 갈때마다 정말이지 신나서 시간이 훌쩍 가버릴 정도다.
뮬란을 닮은 한나. 윤진서를 닮은 한나. 어딜가서든 사랑받을 한나. :D
이렇게 사랑스런 한나를 제쳐두고 나는 잠을 택했다. 오늘은 아무것도 나를 치유해주지 못할거라는 전제하에. 그리하여 나는, 잠시동안 이 세상에 없을 존재를 택했다.
사실 잠을 자기전, 어떤 생각에 빠졌더랬다. 어떤 사람의 의견을 나는 계속 신경쓰고 있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었고, 사람이었고,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순간 내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어버렸고 폭풍전야가 휘몰아쳤다.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치유가 필요했다. 유치하고도 웃기는 얘기같지만 실제로 그랬다. 내가.
다시 공간으로 돌아왔을 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빗소리가 들렸다. 안심이 됐다.
주섬주섬 학교갈 준비를 하고 강의실에 도착하여 긴장되지 않은 상태로 시험을 치르고 나왔고, 이번 수업에서 나와 동갑인것을 알게된 효정이의 전화번호를 물어보았다. 오늘이 이번학기 종강이었으니 앞으로는 못볼테니 아쉬워서. 번호를 찍어주는것을 들고 안녕하고 손을 흔들고 집으로 왔다. 제길 핸드폰. 내 5살 핸드폰. 핸드폰을 유심히 보지않고 이름을 찍다가 이상해서 들여다보니 핸드폰번호가 길게 나열되어 있었던거다. 대충 끝번호들만 지워서 얼추 맞겠지 하고 저장을 했고, 집에 와서 문자를 보냈다.
답장이 왔다. "문자잘못보냈네요~~"라고. 순간 당황스러우면서도 웃음이 났다. 문득 어떤 기억이 스쳤다.
22살때, 새해쯤이었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당황스럽게 만들, 그러나 본인은 엄청 진지했던 그런 내용의 문자. "난꼭성공할거다.반드시하늘을날아보이겠어.파이팅" 내키는대로 번호를 찍어 보냈다.
답장이 왔다. "잘하실거예요.파이팅!"이라고. 그렇게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을 만큼의 감동을 받았다. 모르는 사람에서의 문자. 오늘 이 문자의 답장이 없었다면 나도, 효정이도 아마 그대로 잊혀서 살아갔을거다. 내일 학과사무실에 가서 물어보아야지.
비오는 날의 수요일. 그건 어쩌면 행복한 일인지도 모르지.
현관문앞에 놓여진 택배를 뜯어보고 또 한번 미소를 짓는다 .:D

"민애씨. 엄마랑 떨어져 객지생활 힘들지? 그래도 본인인생이니 잘 다듬고 발전할 수 있는 멋진 여성이 되길 바래."
Aucun commentaire:
Enregistrer un commenta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