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novembre, 2009

“아이 키우는 기쁨보다 기르는 비용이 더 큰 구조 바꿔야”

“아이 키우는 기쁨보다 기르는 비용이 더 큰 구조 바꿔야”

2009.11.26 03:15 입력 / 2009.11.26 04:20 수정  [중앙일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서울여성능력개발원에서 열린 미래기획위원회의 ‘제1차 저출산 대응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박춘선 아가야(불임부부단체) 대표, 곽승준 미래기획위 원장, 이 대통령, 전명숙 롯데백화점 서비스리더.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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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출산정책은 출산을 가로막는 각종 장벽은 내버려둔 채 저소득층 지원에만 초점을 맞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회적인 편견을 비롯해 이런 장벽을 다 없애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을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빌딩 미래기획위 위원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1시간30분 동안 계속된 인터뷰에서 “저출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사교육비 문제는 ‘사교육과의 전쟁’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며 “올해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이 지난해보다 2%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원인을 뭐라고 보는가.

“재원이 부족하다 보니 주로 저소득층 지원이나 보육시설의 양적 확충에만 치중해 왔다. 중산층의 수요나 일·가정 양립을 원하는 워킹맘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사회환경에서 저출산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 아닌가.”

-박정희 정부 때의 출산억제책에 비해 최근의 출산장려책은 미미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셋째 자녀는 건강보험을 적용해 주지 않던 때도 있었다. 이렇게 출산억제책은 주는 것을 안 주는 것이라 쉽다. 반면 출산장려는 부모가 자녀양육에 따른 평생 비용을 감안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저출산 구상에 취학연령 당기기와 미혼모 차별 철폐, 낙태 안 하는 환경 조성 등을 포함시킨 것인가.

“그렇다. MB 정부의 저출산 전략은 과거 정부와는 다른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국민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이를 키우는 기쁨보다 기르는 비용이 더 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특히 낙태는 의견이 엇갈리는 민감한 문제다.

“낙태에 대한 정부 정책이 이번을 계기로 전환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낙태를 피임약 먹듯 해온 현실을 이제는 바꿀 때다. 일부 진보적인 여성계 등이 반발하고 있지만 낙태 문제는 과거 정부가 잘못한 부분이 있는 만큼 이를 다시 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미혼모 지원도 사회 통념과 달라 반발이 심할 텐데.

“정부의 1차 목표는 물론 여성들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혼모 아래서) 태어났다면 인권 차원에서 도와줘야 한다. 프랑스를 봐라. 싱글맘들이 마음 놓고 출산하는 사회 분위기 덕분에 출산율이 많이 올라갔다. 우리는 어떤가. 중·고생이 임신하면 퇴학시킨다. 임신했다고 공부할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헌법에도 위배된다. 그대로 학교에 다니게 해야 한다. 특히 미혼모라는 말 자체가 차별적인 언어다. 앞으로 정부는 미혼모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 내년 초 국가재정전략회의 때 싱글맘 지원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겠다. 경제사정이 좋아지면 보건복지가족부가 내놓은 싱글맘 지원예산 275억원보다 더 많이 책정할 수도 있다.” 

안혜리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저출산 대책’ 취지는 좋지만 넘어야 할 산 많아 [중앙일보]

2009.11.26 03:12 입력 / 2009.11.26 09:09 수정

 
미래기획위 구상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25일 내놓은 저출산 대응 전략의 두 축은 ‘보육비 경감’과 ‘인구 늘리기’다. 보육비와 교육비를 줄여 돈 걱정 없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미혼모 가정 같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해 인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책이 너무 먼 미래의 구상이거나 사회 통념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어 현실화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지난해 1.19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고, 올해는 1.12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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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학연령 낮추기=저출산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현재 만 6세인 취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것이다. 시행 첫해엔 만 5세 중 30% 정도만 입학하는 식으로 이명박 대통령 임기 안에 점진적으로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미래기획위 측은 “부모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전에 쓰는 보육비나 유아교육비 부담을 덜고 정부는 영·유아 지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만 6세에 소요되는 보육비·유치원비 지원 예산을 영·유아 보육비나 질 높은 유아교육 지원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취학연령이 1년 앞당겨지면 올해 정부가 만 5세의 보육료 지원에 쓴 예산(1356억원)과 유치원 지원 예산(2720억원)을 향후에는 0~4세의 보육비 지원 예산으로 쓸 수 있다는 계산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강민규 고령사회정책과장은 “미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처럼 3~4세까지도 프리스쿨 형태로 공교육에 편입하겠다는 논의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며 “사회에 조기 진출하는 효과도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는 관련 내용을 미래기획위원회로부터 하루 전(24일)에야 통보받는 등 부처 간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보고에 참석한 교과부 이주호 차관은 “장단점이 있다고 본다”며 “다만 점진적으로 해야 하고 유치원들의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왜 업계 편을 드느냐”며 간접적으로 미래기획위의 손을 들어줬다고 한다. 교과부는 이날 ‘저출산 대책’ TF팀을 만들었다. 취학연령을 앞당기는 데 대한 찬반 논란은 팽팽하다. “유치원비 부담을 덜 수 있어 좋을 것 같다”(서울 목동 학부모 이모씨), “유럽에서도 어린 나이에 학교에 보내면 학업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논란이 있어 신중해야 한다”(덕성여대 신은수 유아교육학과 교수) 등이다.



◆세 자녀 대학 진학·정년 연장=셋째 이상 다자녀에 대한 대입 특례입학과 부모의 직장 정년 연장은 출산에 대한 당근책이다. 앞으로 출생할 셋째 이후 자녀와 부모에게 이 같은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농어촌 전형처럼 다자녀 전형을 만들고, 고교와 대학 학비는 정부 예산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국민의 높은 교육열을 활용한 정책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20년 후에나 실현될 수 있는 장기 구상이다. 대학과는 물론 민간 기업과의 사전 조율과 협의가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대학 정원과 기업의 고용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혼모 차별 철폐=정부가 출산율을 높일 걸로 기대하는 부분은 미혼모 차별 철폐다.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이 미혼모들이 자유롭게 출산하도록 지원해 출산율을 크게 높였다고 보고, 이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미혼모를 장려하는 건 아니지만 출산을 한 경우라면 기혼 부부 못지않게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하면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에도 불법 낙태보다는 출산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년 초 재정전략회의 때 가급적 많은 미혼모 지원 예산을 편성할 방침이다. 올해 복지부는 기획재정부에 미혼모 지원을 위한 예산 275억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곽승준 위원장은 "기획재정부와 이미 협의를 마쳤으며 이 대통령도 예산 지원에 공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안혜리·이원진 기자
 

정부 `저출산 해법` 본격 모색 [연합]

 2009.11.25 10:48 입력 / 2009.11.25 11:01 수정

재정 지출 한계 … `창발적 정책만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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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광진구 서울여성능력개발원에서 열린 미래기획위원회 제6차 보고회에 참석해 저출산 극복을 위한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장관, 박춘선 아가야(불임부부단체) 대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이 대통령, 전명숙 롯데백화점 서비스리더, 최숙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전문위원, 백영희 여성부장관. 2009.11.25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광진구 서울여성능력개발원에서 열린 미래기획위원회 제6차 보고회에 참석해 저출산 극복을 위한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2009.11.25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관계 부처를 한 자리에 모아놓고 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저출산 대응전략회의'를 주재한 것은 저출산 문제가 국가 안위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저출산 대책을 꾸준히 추진했음에도 출산율은 오히려 세계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는 상황은 기존 대책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발상의 전환을 통해 참신하고 실효성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으로 볼 때 저출산 문제를 정부 재정 지원을 통해 푸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창조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것만이 해법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토론하는 의견 교환의 장으로 마련됐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도 활발한 '난상토론'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기획위가 이날 관계 부처에 제안한 저출산 극복 방안도 과거와 비교해 파격적이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겨 경제활동 인구를 늘림으로써 절감되는 재원을 양육비로 지원하는 방안, 세번째 자녀에게 대학입시, 취업 등에 혜택을 주는 정책, 세자녀 이상 보호자의 정년 연장 등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아이디어다.

또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이민 규제를 풀어 해외 우수인력을 적극 유치하는 등 출산이 아닌 인구 유입을 통한 인구의 유지 또는 증가 방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남성 직장인의 육아 휴직을 장려하거나 임신.출산 여성을 우대하는 기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 때부터 거론돼 온 진부한 것", "지난 정부 때와 다름없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또 '청소년 임신시 자퇴 강요와 같은 미혼모 관련 차별 정책을 철폐해야 한다'는 제안은 어린 학생들에게 혼전임신 또는 청소년 임신이 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기획위는 정부 재원만으로 이 같은 방안들을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기업 등 민간의 참여가 필수적인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앞으로 두 차례 정도 저출산 대응전략회의를 더 열어 내년 중 '제2차 저출산 기본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사설] 조급증 드러낸 저출산 종합대책 [중앙일보]

2009.11.26 01:14 입력

미래기획위원회가 주도해 내놓은 ‘MB 정부의 저출산 대응 전략’은 흡사 종합선물세트를 연상시킨다. 그간 각계에서 지적해온 관련 대책을 총망라했다. 일단은 정부가 기존에 펼쳐온 저소득층 중심의 금전지원 위주 발상에서 탈피해 좀 더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 의지를 밝힌 건 환영할 만하다. 저출산 현상의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그 대응도 다양한 차원에서 이뤄지는 게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설익은 대책을 충분한 검토 없이 발표부터 한 건 문제다. 자녀 양육부담 경감 대책으로 우선순위에 올려놓은 만 5세 취학 추진이 대표적이다. 이 안은 교육과학기술부 내에서조차 이견이 나올 만큼 논란이 많은 이슈다. 이른 나이에 취학시켰다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서 오히려 취학을 뒤로 미루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보육비를 줄이고 여성들의 사회복귀를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는 정부 설명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아이를 유치원 종일반에 맡기는 편이 학교에 보내는 것보다 맞벌이 부부에겐 더 도움이 된다. 퇴근시간까지 돌봐주는 방과후 학교가 활성화되지 않은 현재로선 하교 후 아이를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옮겨 다니게 하는 것밖에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아이 이상을 둔 다자녀 가구에 대해 대학 진학 시 우대하거나 부모의 정년을 연장해주는 방안 역시 논란의 여지가 많다. 지난해 출산율 통계를 보면 둘째, 셋째보다 첫째 아이의 출생 감소폭이 훨씬 컸다. 출산율을 높이자면 이미 두 자녀를 둔 가정이 셋째, 넷째를 낳도록 하는 것보다 젊은 남녀가 결혼과 출산을 꺼리지 않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얘기다.

그 해법은 이번 대책 속에 다 들어 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게 가족 친화적인 기업 문화와 사회 분위기를 정착시키고 정부는 질 좋은 보육 서비스를 확대하면 된다. 문제는 말처럼 실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여성에게만 양육의 짐을 지우는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남성의 육아휴직 활용을 장려하는 방안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육아휴직자 2만9145명 중 남성은 355명에 불과했다. ‘장려’만으로 얼마나 늘지 미지수다. 북구처럼 육아휴직의 일부를 반드시 남자가 쓰도록 의무화하는 특단의 대책을 검토해 봐야 할 이유다. 남편이 자녀양육 등 가사 분담에 적극적일 경우 둘째 아이의 출산율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는 게 선진국의 연구 결과다.

낙태 방지도 무조건 서두르는 게 능사가 아니다. 2005년 보건복지가족부 조사 결과 34만여 건의 낙태 시술 중 14만4000여 건이 미혼 여성에 대한 것이었다. 미혼모를 ‘싱글맘’이라 고쳐 부른다고 이들 여성과 자녀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 낳기를 종용하기 전에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포용성부터 키우는 게 순서다. 정부는 조급증을 버리고 이번에 내놓은 ‘종합대책세트’ 중 쓸 만한 것부터 뚝심 있게 추진해 나가라.
 

소규모 공보육시설 확대로 양육부담↓ [연합]

 

2009.11.25 12:11 입력

학교.주민자치센터.노동관서 활용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25일 제시한 저출산 극복 방안은 크게 양육 부담 경감과 다양한 가족 인정, 한국인 늘리기 등으로 집약된다.

그러나 이날 위원회의 제안은 취학연령 조정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기존에 발표된 수준에 그쳐 '재탕', '구체성 결여' 등의 비판도 예상된다.

저출산 대응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에는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육대책 마련을 위해 공보육을 강화하라는 과제가 부여됐다.

이날 미래기획위원회는 아이를 집에서 돌보는 것처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특히 공보육 시설 확충을 주문했다.

실제로 영유아의 부모들은 시설과 서비스가 우수한 공보육시설을 압도적으로 선호하지만 공급이 매우 부족해 평균 대기기간이 2년에 이를 정도다.

미래기획위원회는 이 같은 수요에 부응하도록 주민자치센터, 초등학교 등 공공기관의 여유시설을 활용하라고 권고했다.

또 해외 입양보다는 국내 입양을 우선하고 한부모 가정 지원을 늘려 입양보다는 부모가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출산율이 높은 선진국은 '혼외 출산'이나 미혼모 출산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해 '싱글맘'의 자녀들이 대부분 해외 입양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토론자들은 낙태를 방지하기 위해 아동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더 강화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된 '일과 가정의 양립기반 강화' '다양한 가족형태 수용' '보육서비스 질강화' 등은 기존에 거듭 발표된 내용이며 이를 뒷받침할 재정 투자를 담보할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아 한계를 드러냈다.

아동계와 여성계, 사회복지계에서도 이번 미래기획위원회의 제안과 유사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했으나 예산문제로 만족할 만한 대책이 시행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저출산 주무 부처인 복지부는 정부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저출산 관련 예산을 통합해 복지부가 특별회계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보육뿐 아니라 노동정책도 수반돼야 하는 등 각 부처별로 다양한 지원사업이 필요하다"며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못한다면 복지부가 저출산 관점에서 예산집행을 컨트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미래기획위원회의 논의는 구체적인 저출산 대응 정책을 결정하기보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이날 논의된 내용은 내년에 수립할 '제2차 저출산 기본계획(2011-2015)'에 반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성주류화를 향하여

[성주류화를 향하여]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vs 로나크 자한 컬럼비아대 교수 대담
"우리가 무엇을 ‘안 하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기업 투자·이주 여성 노동자 문제 연구 필요
성주류화 사업, 지속가능 프로젝트로 추진을
지난 9월 17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성주류화 이론과 실천 국제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에서는 케롤 바치(Carol Bacchi) 호주 에들레이드 대학 교수를 비롯해 로나크 자한(Rounaq Jahan) 컬럼비아대 교수, 앨리슨 우드워드(Alison  Woodward) 벨기에 브뤼셀 대학 교수, 마리온 뵈커(Marion Boekr) 독일 활동가 등 학계와 현장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큰 관심을 모았다.

여성신문에서는 특별히 세계적인 성주류화 연구가인 로나크 자한 교수와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과의 대담을 마련, 국제사회의 새로운 성주류화 흐름을 파악하고 한국의 성주류화 발전 방향을 모색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2010년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 가입을 앞둔 상황이라 더욱 공감이 가는 대담이었다.

특히 선진국 사례를 통해 앞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시행 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방향과 방법 그리고 여성부와 한국여성정책이 어떻게 하면 성주류화를 보다 더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 그 전략과 발전적인 역할에 대해 논의가 집중됐다.  
대담에 앞서 자한 교수는 “한국은 성주류화 정책을 다른 나라에 비해 늦게 시작했지만 이른 시일 내에 성과를 이뤘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한국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고 이를 다른 나라에 많이 전수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김태현 원장 : 현재 한국에서는 성 주류화 전략의 도구로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 예산, 성인지 통계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실행하고 있는 성 주류화 도구가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하는가.

자한 교수 : 전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안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이런 전략(툴)들이 각 지역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도구를 통한 총체적인 접근법이 좋지만 특히 어떤 곳에서 잘 되고 안 되고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나라별로 문화·사람에 따라 영역별로 어떤 틀에서 어떻게 잘되고 안 되고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개별적으로 필요하며 이에 대한 공유도 필요하다.

덧붙여 정부 관료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젠더 이슈가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알지 못하고 전문가를 찾고 있다는 점이 한계다. 예를 들어 인권, 환경에 있어서도 남녀 모두가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젠더 문제에서는 여성 전문가만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남자들은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동정심, 위안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김태현 원장 : 현재 한국사회엔 WID(Women In Development), GAD(Gender And Development) 그리고 성 주류화 논의까지 다양한 패러다임이 공존하고 있다. 이들의 상호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수 있는가. 또 성 주류화를 효과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자한 교수 : 각기 점진적으로 진화한 개념이기 때문에 상호 같이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위민(여성)은 생물학적, 젠더는 사회적인 의미의 용어인데, 여성문제는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의 ‘위민’에서 ‘젠더’라는 용어로 변한 것이다.

생물학적인 정의가 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젠더는 변화가 가능한 것으로, 성 평등으로 가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용어다.

성 평등은 우리가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지만 아직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그것을 위한 과정에서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성이 능력 함양(Empowerment)이 돼야 성 평등에 도달할 수 있다. 이것이 ‘위민’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동시에 ‘위민 임파워먼트’라는 용어는 여성의 문제니까 여성의 역할만 바뀌면 되고 여자가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젠더라는 용어를 함께 사용함으로써 우리가 지향하는 변화가 남녀 모두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이처럼 WID, GAD 그리고 성 주류화는 모두 연관관계에 있으며, 젠더라는 용어가 가져오는 접근법과 위민이 가져오는 접근법 모두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

김태현 원장 : 한국은 30~40년 동안 압축적으로 성장했다. 수원국으로 개발원조를 받았지만 세계 유례없이 단시간 내 공여국이 됐다. 공여국은 수원국의 성 평등을 달성케 하는 역할로 빈곤 퇴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 평등 달성을 위한 우리의 수출전략은 성주류화 전략과 권한부여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선진 공여국과 수원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개발원조정책의 성 주류화 방안을 논하고자 한다. 공적개발원조(ODA)에서 성 주류화는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자한 교수 : 빈곤 퇴치에 있어 젠더는 중요하다. ODA 사업을 통해 수원국 남녀가 동시에 혜택을 받는지 혹은 차별을 받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ODA 사업을 예산을 분류해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디서 누구를 위해 쓰이는지 알 수가 없다. 만약 도로 건설에 사용될 경우, 트럭 운전 등 도로 건설과 관련된 일을 하는 남성이나 큰 기업체를 운영하는 남성 등 이득을 보는 사람은 모두 남성이다.

하지만 지방의 작은 도로 개선은 여성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모든 ODA 사업 단계별로 이러한 젠더 관점이 적용돼야 한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에서 도로 건설의 경우 기존의 임금 측정 방식이 얼마나 무거운 것을 날랐는가, 즉 무게와 개수로만 이뤄져 있어 여자는 구조적으로 불평등을 겪었다. 따라서 수의 문제가 아닌 시간과 같은 질을 함께 고려함으로써 여성들이 소외되지 않게 노력해 왔다.

또 하나는 자원 접근성과 컨트롤 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한 문제다.

아프리카의 경우 여자가 온갖 힘든 일을 하고 남성이 그 급여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일의 접근성뿐만 아니라 자원통제에서도 성차별이 발생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젊은 여성의 경우 돈을 보관하는 법을 알지 못해 아버지, 오빠 등에게 이 권한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여자들이 어떻게 보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메커니즘, 가령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장이라든지, 최종적으로 자기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까지 지원해주어야 한다. 성평등과 빈곤 퇴치에 있어 이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김태현 원장 : 이 모든 것이 실행의 구조적 메커니즘을 변화시켜야 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여성부에서는 모든 부처가 성인지 평가 및 예산 등을 실행할 수 있도록 권유하고 있다. 국책기관으로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성인지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침서 마련 등 여러 가지 일들을 실행해야 하는데, 이러한 역할 수행에 있어 조언할 것이 있다면.

자한 교수 : ODA뿐만 아니라 일반 한국 기업의 투자 활동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사기업을 보면 노동력이 싼 곳, 즉 싼 노동력에만 관심이 있다. 그 싼 노동력이 바로 여성이다. 일반 기업이 아웃소싱 형태로 외국으로 나갔을 때 경쟁력을 기르기 위한 이들의 노력을 여성문제와 연계한 연구가 필요하다.

즉 한국 일반 사기업의 외국 투자가 여성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는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 반드시 ODA 사업을 할 때에 성주류화 관점을 꼭 넣도록 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프로젝트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로, 한국 내 이주 노동자들 특히 여성 노동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모든 나라에서 이주 노동자가 처한 상황 중 여성의 경우가 매우 열악하기에, 한국에서도 이 문제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 성 주류화란

성 주류화라는 용어는 성 평등과 여성의 세력화를 추구하기 위한 전략이다. 자한 교수는 1990년 초반 주류화를 개념화하는 접근 방식을 두 가지로 구별했는데, 바로 ‘통합주의적(integration)’ 접근과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이다. 통합주의적 접근은 ‘기존의 개발 패러다임 안에서 젠더 이슈를 형성하는 것’으로 정의되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며 여성과 젠더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는 것이 주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어젠다 세팅은 여성들이 의사 결정자로 참여함으로써 ‘기존의 개발 어젠다를 전환시키는 것’으로 정의된다. 성 주류화 논의가 진행된 이후 통합주의적 접근과 어젠다 세팅 모두를 혼합하면서 발전돼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부터 성주류화 전략으로 성별영향평가제도, 성인지 통계를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오는 2010년부터 성인지 예산제도를 실시할 예정이다.

■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성 평등 네트워크를 통해 공여국의 정책이 수원국의 성 평등에 기여하도록 원조의 양적·질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공여국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시행 시 수원국의 성 평등을 위해 개발원조의 성 주류화와 여성의 세력화 사업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1950년생으로, 2008년 8월 13일 제12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으로 취임했다. 가족학을 전공했으며, 취임 전에는 성신여자대학교 가족문화소비자학과 및 심리복지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OECD 세계포럼 준비위원회 위원,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인문사회과학분과 집행위원회 위원, 여성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서울시 여성위원회 위원,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원장 취임 전에는 한국여성학회 회장, 한국가족학연구회 회장, 한국가족상담교육단체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여성복지론’ ‘현대가족복지’ ‘양성평등이 보장되는 복지사회’ 등에서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로나크 자한(Rounaq Jahan, 미국)
현재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 New York) 국제학과 교수로 미국과 방글라데시에서 활동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다카(Dhaka)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를 역임한 바 있으며, 말레이시아에서는 유엔 아시아태평양개발센터(APDC)에서 여성 관련 개발 프로그램 분야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다. 스위스 국제노동사무국(ILO)에서는 지역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의 장(head)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 방글라데시에 ‘Women for Women’을 설립하고, 동아시아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 Asia)의 자문기관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1049호 [특집/기획] (2009-09-25)
최지현 / 여성신문 기자 (christmas@womennews.co.kr)
2009-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