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가 참으로 늦게 나오는 바람에, 항공권도 환불하고 언제 출국할지 몰라 전전긍긍했으며, 환율때문에 언니와의 불화가 있었고, 짐 꾸리는데에도 여러가지 난관에 부닥쳤지만, 너무도 의외로 쉽게 출국장에서 심사를 끝내고 나는 면세점 오픈도 하지 않은 이른아침 게이트 복도앞을 서성거리며 이륙시간을 기다렸다.
믿기지가 않았다. 내가 그토록 꿈꾸고 꿈꿨던 프랑스엘 가다니!
비행기를 기다리면서도, 비행기가 이륙하면서도,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 있으면서도, 비행기가 착륙하면서도, TGV를 기다리면서도
난 도무지 현실을 실감할 수가 없었다.
45kg를 훨씬 넘는 짐들을 이끌고 난 기숙사에 잘 도착할 수나 있을까 생각했지만
무한한 걱정이 때로는 행운을 맞는다고
좋은 사람들을 첫날부터 너무많이 만나버렸다.
비행기 안, 나리타에서 샤를드골로 가는 비행기 안 내 옆자리는 참 매력적인 스페인 클래식재즈보컬싱어였다.
일본에서 팀과 공연이 있어서 1주일동안 있다가 오는 길이라고 했다.
몇마디 나누다가 내릴때가 되서야 한시간이 넘도록 대화를 나눴고,
착륙하고 나서는 Marivi(그녀의 이름)가 스페인으로 환승한다는 사실을 깜박한 채, 입국장으로 나와버렸다.
사진이라도 찍을걸. 휴.
그녀의 홈페이지를 알아낸것에 다행으로 감사의 표시.
출국당시 언니가 내 가방에 넣어준 카스타드와 가나쵸코파이를 Marivi에게 한국과자라고 선물로 주었더니 참으로 고마워했다.
도착하고 인터넷을 할 수가 없어서 연락을 못했다가 방금 email을 보냈는데 답장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녀의 홈페이지http://www.mariviblasco.com/에 가서 그들의 음악을 들었는데 와우. 환상이다. (지금도 무한 반복)
자, 이제 TGV를 타야해.
불어를 부전공으로 공부한 덕택에 간략한 글자라도 알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Gare를 찾자.
이리저리 따라가고 따라간 후에 드디어 SNCF를 발견.
짐이 말 그대로 너무도 짐이었다.
1시간 가량 남은 관계로 아까 Jal기내식이 너무도 형편이 없어 쟁여둔 애플파이를 꺼내 씹어먹고는 룰루랄라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무도 목이 말라 물이나 먹을까 자판기에서 보고있던중, 1.80유로 =_= 헐
내 사랑 물을 여기선 맘껏 못마신단 말인가.
시간이 되어 짐들을 질질끌고는 Quai에 갔다. 짐들이 너무도 무거워 방향이 주체가 되지못해서 어떤 남자분 다리에 부딪치게 만들고 Pardon Excusez-moi 연발이었다.
기차가 갈라지는것 같긴한데,, 어떻게 타야할지를 몰라 승무원한테 가서 짧은 불어로 물어보았고, 저 멀리까지 가서 타야했다.
다행히 기차가 출발하기전에 탑승완료. (어떤 승객이 짐을 들어줬기에 망정이지 )
올라탔더니 내 자리로 가는 복도가 굉장히 좁아터진관계로 난 좌석에 앉진 못하고 문과 문 사이에 있는 짐칸에 짐을 놔두고 작은 의자에 앉아야했다. 그런데 아까 내 짐에 부딪친 어떤 남자분이 조금 넓은 의자를 양보해서 그곳에 앉고는 짐도 옮기는데 도와주었다. 약 30분쯤 지났을까.
동양여자가 저렇게 큰 짐들을 끌고 왔던게 신기했나보다.
눈이 마주치고 나는 씨익- 웃었더랬다. 그 후로 1시간 반동안 줄곧 되도않는 불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신나게 대화에 빠져버렸다.
그 분은 Nante에 있는 집으로 가는 길인데, 출장으로 인도에 갔다가 오는 길이란다.
차창 밖 풍경이 너무나 보고싶었지만, 이 분과의 대화가 참으로 나에겐 신기하고 즐거운 것이라 낯선 사람과의 세계에 푹 내 정신을 담궜다.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한국어도 물어보고, 짧고 말도 되지 않는 불어를 성심성의껏 들어주고 말도 하고,
마침내 Facebook 친구도 맺고, 그러고 나는 Tours로 가는 기차를 갈아타기 위해 St.pierre des corps역에서 내려야했다. 생전 처음 해보는 Bises. ㅋㅋ 나쁘지않더라. 그러고는 Au revoir !
Tours로 가는 기차는 굉장히 작았다. 뭐랄까. 서울대공원에서 타는 미니기차수준이랄까. 굉장히 귀엽더라.
이 기차가 맞는지 또 어떤 승객에게 물어보았는데, 참 신기했던게
그 사람은 신발도 신지않고, 큰 고양이와 함께 다니더라. 지금은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때당시만 해도 뭔가 내가 Tours라는 자연속에 왔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것 같다.
드디어 Gare de Tours 도착 !
도착예정시간이 8시 25분이라 어두워서 좀 위험할 수도 있을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해가 안지더라 -_-..... 너무도 놀라 계속 의아해했다.
역에서 택시를 타고 L'auberge de jeunesse까지 가자고 말을 하니 택시기사는 아주 신기해하며, 불어를 할 줄 아는군요 ! 라고 하더라.
아직 Paris는 가보지 않아서 쌀쌀한 Parisiens들을 겪어보지 않았기때문에 프랑스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매우 유쾌한 것이었다.
이리저리 비잉- 돌아서 드디어 기숙사 도착.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10유로나 받더라 . - 지금 생각해보니 여기선 택시탈 일은 거의 없어서 그러려니 한다.
어떤 미소년이 문을 열어주고 나는 어떤 grosse한 여인에게 기숙사 배정을 받고 내 방으로 올라갔다.
몸이 너무나 힘들었다 16시간의 비행은 정말이지 너무도 끔찍 그 자체라는걸 뼈져리게 느꼈던 순간이었다.
해가 지지 않아서 뭔가 이상했고 목이 너무나 마른데 여긴 정수기도 없나 한참 찾아다녔다.
1층에 자판기가 있길래 보니 여기는 0.80유로여서 Evian하나 뽑아서 벌컥벌컥 마시고는 짐 정리는 내일하자 냅다 모르겠다! 하고는 겨우 씻고 침대에 누웠다.
다른사람들이 말하길, 이국땅에 도착한 첫날 밤엔 별에 별 생각을 다 한다던데, 난 그럴 생각할 수도 없이 금방 잠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다.
미소년이 문을 열어주었다.
RépondreSupprimer그동네 좋다.
@황은 - 2010/10/28 23:28
RépondreSupprimer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니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언니가 더 좋다. 보고싶다.